단 풍
창가로 다가섰습니다.
무겁게 드리워진 창문 커튼을 젖히는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수채화 천국이 펼쳐져, 온통 먹빛 세상인 줄만 알던 내가슴에 찬란한 불빛을 비춰댑니다.
아니! 언제 이런 대자연의 작품이 완성된거야 ?
하늘 빛따라 그 분위기와 색갈을 바꾸어 가며 연출해 가는,
대 서사시가 멍 투성이 가슴을 순간에 치료합니다.
창 밖은 내 미련한 번민의 늪을 조롱하듯 낙옆 편지까지 휘날립니다.
혼자만 대단한 것 고뇌하는 척,
사방 천지 닫아 두었던 나를 향한 조소 퍼레이드 같습니다.
온통 황홀경이 돌아 갑니다.
황금빛. 은구슬빛, 정열의 불꽃빛, 애처로운 황토빛, 독야 청청 푸른빛,
사연많은 주홍빛,연록빛, 연못에비친 비취빛,
하늘은 쪽빛, 회색빛, 양떼빛 새털빛, 연인의 눈물빛----------
구름에 실려 보낸 가을 편지는 수취인도 없이 마냥 전달되는 가슴 펼치는 선물.
바람의 애교까지 어우러진 이쁘디 이쁜 낙옆 세상을
매일 매일 전쟁의 포화속이라고 헤메인 나를,
바보 만드는데 신이난 단풍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