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의 눈발
하늘이 유난히 어두운 밤이었다.
무엇인가 흩트러지는 기색이 있었다.
알수없는 외침이었다
희미한 가로등에 비춰진 눈송이의 군무가 어둠속에 투영되었다.
낮동안 아무 기미도 없었던 눈발의 군무는 야심한 어둠을 타고
소리없는 외침과 몸부림으로 눈발을 흩뿌렸다.
무슨 한이 저리도 많아 무언의 외침과 누구도 보기 힘든 야심한 밤의 군무인가?
땅에 다으려다간 다시 솟아오르고 나무에 오르려다간 다시주변을 맴돌며
새카만 밤에 온통 설국, 흰세계로 덮어버리는가?
그리도 많았던 못다한 시름이며
언어로 엮어나가기엔 그 긴 사연을 차마 옮길 수 없었단 말인가?
눈발은 온몸을 날려 초라한 창가에까지 매달렸다간 흩트러지고
흩트러졌다간 다시 나르기를 거듭하면서 대지를 향해 모든 시름을 덮어 가고 있다.
창밖에는 눈발이 날린다.
저 건너 희미한 불빛앞 눈발은 등을 끄고 창밖을 하염없이 내다보는
잠 못이루는 나그네의 정처없는 심정이라도 눈치 챈듯, 더욱 거세게 흩뿌리고 있다.
내리는 눈아! 이 야심한 밤에 온세상을 하얗게 덮어야 할 만큼
몸부림치는 가슴 저림을 어쩌란 말이냐 !
눈발은 나의 안타까움을 알아차리기라도 하였는지,
조용히 굵어진 눈송이되어
세상을 하얗게 하얗게 덮어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