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비
단비를 기다리다 지쳐 갈 무렵, 봄의 끝 자락에 선물처럼 비가 내린다.
대지가 메말라 목마름을 막 하소연 하려는데 비가 내린다.
무엇하나 촉촉히 젖어들지 못한채 번번히 시늉만으로 가던 세월이
심술 맞다 못해 괘씸하더니 비로서 마음을 열어 주는가 싶어
가슴에 그렁이는 물 방울이 맺혔다.
모처럼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상념에 빠져들어 본다.
시냇물을 징검다리로 건너던 시골 소년과 목덜미가 뽀얗던 도시 소녀의
애절한 마음마음이 눈물되어 흐르는 빗줄기 같아 여간 촉촉히 젖어드느 것이 아니었다.
가혹한 현실에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린 것 같은 허전한 심정을 가눌 길이 없던차에
촉촉히 내리는 빗줄기가 절절하다.
빗줄기는 내 마음을 눈치챗는지 거듭 거듭 세차게 엉엉 울어 댄다.
울고싶던 심정으로 삼키는 눈물을 제대로 감춰 주려는 듯-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