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 매 (고은)
칼바람 분다 저 건너 땅이 운다
달려가자 얼어붙은 얼음놈들아
아직 물로 돌아갈 때가 아니다 네가 물이 되면 우리는 아울러 빠져죽는다
봄이 온단다 저 건너 땅이 운다 달려가자 칼바람 불어닥쳐도 건너가면 한잔술 볼바심할 데 있다 굳은 손 욱신욱신 녹여줄 봄이 온단다 어느 연놈 우리가 빠져죽기 원하느냐 어느 연놈 늘어 붙어 우리가 다 얼어 붙기를 원하느냐
저 건너 가면 있다 기다리는 순이가 있다 일송정 노래 부르는 아내가 있다 털벙거지 동만주 독립군의 넋이 있다 네가 낳을 누렁이 새끼 있다
봄이 온단다 두 팔 벌려서 해 뜨는 자유가 있다 봄이 온단다 달려가자 주저앉으면 얼어붙는다 봄이 오면 그냥 가라앉는다 칼바람 분다 달려가자 칼바람 채찍 맞으며 죽도록 달려가자
이 강을 건너가면
봄이 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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