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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봉] 물가에 앉아서

조회 수 1724 추천 수 41 2004.04.15 09:02:17
물가에 앉아서



나 오늘 물가에 앉아서

눈 뜨고서도 눈 감은 것이나 다름없이 살았던

지난날을 반추한다

나뭇잎 사운대는 아름다운 노래가 있었고

꽃잎 지는 아득한 슬픔 또한 있었지

속아도 보았고 속여도 보았지

이 한낮에 나는

마을에서 먼 물가에 앉아서

강 건너 먼데 수탉 우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


나처럼 지난 생의 누구도 물가에 앉아서

똑같은 지난날을 돌아보며

강 건너 먼데 수탉 우는 소리에

귀 기울였을 테지

나처럼 또 앞 생의 누구도 이 물가에 앉아서

강건너 수탉 우는 소리에

회한의 한숨을 쉬게 될까



바람이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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