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커뮤니티 ›문화마당
 

 

문화마당 / VID 엔진에너지 증폭시스템 / 제이스엔지니어링

 

  
글 수 422

[이현은] 빈 들에서

조회 수 1552 추천 수 53 2003.08.18 11:51:41
운영자 *.221.100.152
빈 들에서


산을 밟고도 보이지 않는
그리움의 키만큼 더욱 멀어져 간
아득한 목마름

시월 찬 바람에 벌어진
시린 틈 사이로
저 밭에 홀로 맺히던
수수빛 눈물
아직은 울지 않게 하소서
고개 숙인 채

빈 들에 남겨진 허수아비처럼
지킬 것도 없는 하루를 위해
먼 하늘가에 눈을 맞추고
하릴없이 코끝이 아리웁도록
괜스레 종일 서러운 날엔
까닭 모를 눈물, 눈물입니다.

돌아올 날없이
앞으로만 가야 하는
우리들의 길 위엔
그래서 멀어지는 것들로 가득합니다

한 걸음 멀리서 바라보라고
희미해지는 눈 언저리에
그리움이란 이름으로 살아나는
눈빛 . 눈빛들

올 때처럼 갈 때도
빈 손이어야 하듯
우리의 가슴에 담아둔 생각마저도
어디로든 불어가야만 하는 바람입니다

하지만 이것만은 허락하소서
누구의 가슴에든
지워지지 않을 싸리꽃 향내로
물들 수 있도록

이것은 아무 것도 아닌 우리가
눈물을 먹고라도
살아갈 만한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이 게시물을
엮인글 :
https://www.jsvid.co.kr/znew/xe/d_menu8/4859/92e/trackback
목록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2 [이현은] 바보 운영자 2003-09-15 2964
41 [정채봉] 고드름 운영자 2003-09-09 4585
40 [이현은] 아람 불던 날 운영자 2003-09-09 1499
39 [이현은]도시의 새 운영자 2003-09-01 1642
38 [정채봉] 아기가 되고 싶어요 운영자 2003-09-01 1746
» [이현은] 빈 들에서 운영자 2003-08-18 1552
36 [정채봉]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운영자 2003-08-18 1669
35 [정채봉] 피천득 운영자 2003-08-06 1997
34 [이현은] 파종일기 운영자 2003-08-06 1517
33 [정채봉] 통곡 운영자 2003-07-21 1645
32 [이현은] 너는 운영자 2003-07-21 1557
31 [이현은] 강가에서 운영자 2003-07-14 1618
30 [정채봉] 세상사 운영자 2003-07-14 1635
29 [이현은] 키 대어보기 운영자 2003-07-09 1591
28 [정채봉] 술 운영자 2003-07-09 1639
27 [정채봉] 나그네 운영자 2003-06-16 1671
26 [이현은] 은혜로운 것 운영자 2003-06-16 1601
25 [정채봉] 참깨 운영자 2003-06-10 1712
24 [이현은] 닮으려 운영자 2003-06-10 1769
23 [이현은] 틈 운영자 2003-06-04 1662
목록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