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단상
이 석민
가을 햇살이 눈 부셔
노란 은행잎은 나뭇가지에 매달릴 수 없었다.
가을 하늘이 눈 시려
붉은 단풍잎은 나뭇가지에 머무를 수 없었다.
가을 바람이 간지러워
물든 느티나무 잎새는 나뭇가지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너무 불러보지 않아 잊어버린 이름과
너무 떠올리지 않아 잊혀진 얼굴이
불현듯 되살아나고
생각 할수록 가슴 저미는,
눈물나도록 그리운 이가 있어
세월은 그렇게
봄 여름 내내 석양을 조금씩 감추어두었다가
이 가을 나뭇잎에 온전히 그러나 시나브로 채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