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 수
호수에 바람이 스칩니다.
호숫가에 앉아 바람에 찰랑이는 잔물결에
넋을 잃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물결을 주시한채로 한식경을 넘겨보기도
아주 드문 경험이건만 자리를 뜨지 못합니다.
어린 나이에 호숫가는 마구내달리던 내 조그만 발바닥을
간지렵혀주며 조그만 다리로 더욱 힘차게 달음질치게 하는
장난을 청해오곤 하였습니다.
어른이되어 바라본 호숫가에는 아련한 회한이 물안개 깔리듯
삽상한 바람타고 연막을 펼쳐나가곤 합니다.
그때도 지금도 바람결에 찰랑이는 물결은 그대로 이건만
꿈 많던 달음질에 힘차던 소년의 맨발과 호숫물의 간지럼은
간곳이 없습니다.
호수는 세월의 변함에 아랑곳하지않은채 맑은 물속에
세월을 머금은 변화된 모습과 꿈 많던 어린 시절 모습을
교차시키며 애잔한 물결을 짓고 있을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