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를 쓸 때는 언제나 조심스럽습니다.
하루 이틀 경험해보고 쓸 수도 없는 일이고 사용자의 주관이 많이 개입되는
글이기 때문에 소비자나 제조업체에게 엉뚱한 피해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죠.
더구나 일반인이 쓰는 시승기라는 것이 계측기를 통한 정확한 데이터가 아니라
느낌에 의존한 것이기 때문에 같은 차에 같은 장치를 장착했다 하더라도
사용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오곤 합니다.
그래서 저는 가능하면 어떤 제품을 최소한 1년 이상 사용해보고 또 그 제품을
탈착한 상태의 느낌도 겪어 본 뒤에야 시승기를 올립니다.
그런데 1년 전에 장착한 VID는 참으로 평가를 내리기가 곤란했습니다.
좋다 나쁘다를 말할 수 없는 상태였죠.
어떻게 보면 효과가 있는 듯도 하고 없는 듯도 하고...
또 제조업체의 설명에 따르면 VID는 자기 학습기간을 가지고 있어서
최소한 200Km에서 많게는 2000Km까지 운행한 뒤에야 성능을 제대로 발휘한다니
더욱 평가를 내리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대충 해답을 얻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출력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 입니다.
연비 부분은 잘 모르겠습니다. 차의 튜닝상태가 수시로 변해서 뭐라 말하기
힘들지만 연비의 변화는 없었습니다.
다음은 VID의 장착과 테스트 과정입니다.
차종: 마르샤 2.0 DOHC M/T
튜닝내역: 아펙스 에어필터, 준토스 테일 머플러, 아이바크 + 가야바울트라
214/45/17 Dunlop SP9000, 포켓 모탑, 놀러지케이블 + 실버스톤 플러그
HKS AFR, 고국원표 ECU튜닝, 완진사 풀바디튜닝(곧 시승기 올릴 예정)
VID장착 : 99년 4월
처음에 ET-200 고급형 모델을 장착했습니다.
사실 별다른 변화를 느낄 수 없었죠.
엔진진동과 소음이 약간 감소한 듯하고 가속이 미묘하게 차이가 나는 것 같았지만
회사측에서 말하는 터보의 느낌은 전혀 찾아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회사측에 불만을 전달했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기사가 직접 내려와
ET200D를 개조한 튠업프로젝트용으로 장착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뚜렷한 차이점을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
정확한 측정은 해보지 않았지만 0->100Km 가속력에 차이가 없었고
최고 속도도 똑같았습니다. 한마디로 실망이었죠.
참고로 어떤 튜닝을 했을 때 가속력이 좋아진 것 같다는 느낌이 와도
실제로 측정해보면 0.5초도 향상되지 않을 경우가 많고 1초 정도 향상되면
상당한 느낌이 오죠.
특히 왠만한 튜닝을 해도 최고속도를 올리기란 참으로 힘듭니다.
어쨌든 이미 환불할 수 있는 기한도 지나고 해서 그냥 장착하고 다녔습니다.
그러다 도저히 이대로 참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다시 회사에 전화를 했고
회사측에서도 상당한 고민을 하는 듯 하더니 제품을 택배로 보내라는
것이었습니다. 테스트를 통해 문제를 찾겠다는 것이었죠.
한 일주일이 지났을까 새로운 제품이 내려왔습니다.(서비스는 좋네요)
새로 온 것은 ET200을 개조한 제품인데 바로 앞에 장착했던 제품은
다소 문제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기대를 가지고 DIY로 장착을 했고 시승을 했습니다.
뭐랄까 약간 달라진 듯한 느낌을 주기는 하는데 그래도 잘 모르겠더군요.
내가 무딘가 아니면 너무 기대를 많이했나?
연비도 1년전 장착하기 이전이나 3가지 VID를 사용했을 때나 항상 비슷했습니다.
참고로 VID 장착 후 1년여 동안 아래처럼 튜닝내역이 많이 바뀌었지만
튜닝으로 인한 연비의 변화는 거의 없었습니다.
1. K&N OEM 에어필터->아펙스 오픈 에어필터 + 흡기박스
2. 15인치 휠->17인치 휠
3. 울트라케이블->놀러지케이블
4. NGK백금 플러그->실버스톤 플러그
5. NKH(노기환)배기매니폴드->순정매니폴드
6. 완진사 바디튜닝
그런데 시승기를 올리기 위해서는 VID를 탈착하고 주행해봐야겠다는 생각에
며칠전 실행을 했죠.
하루 동안의 Non-VID 주행이었지만 많은 것 느낄 수 있었습니다.
먼저 가속페달의 느낌이 틀려지더군요. 가속이 무겁고 반응이 상당히
더디었습니다.
이전과 같은 가속력을 얻기 위해 가속페달을 더 많이 밟아도 엔진의 반응이
느려서 답답한 느낌이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확실한 차이가 나더군요.
그렇게 하루를 답답하게 다니다가 다시 VID를 연결했는데 다시 원상태로
회복되리라는 기대와는 달리 조금 나아지기는 했는데 확실한 차이를 느끼기는
부족하더군요.
다시 하루가 더 지나니까 처음과 비슷해졌습니다.
아마 탈착을 했기 때문에 학습기간이 필요했던 모양입니다.
이제서야 VID의 효과를 체험한 것이지요.
다시 상세한 결론을 내리자면 튜닝사항이 많은 차량에는 상대적으로 효과가
적다는 것입니다.
이미 출력이 어느 정도 올라가 있는 상태에서는 더 이상 출력을 올릴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에 효과가 줄어드는 것이죠.
VID홈페이지(http://www.jsvid.co.kr/)의 시승기 코너에 튜닝이 돼 있지 않은
일반 차량에 VID를 장착한 경우 놀랄 만한(?) 성능을 보였다는 글들이 올라와
있는 것을 보면 그렇게 짐작이 됩니다.
또 효과를 느낄 수 있는 것도 처음 장착했을 때 보다는 오랫동안 사용하다
제거했을 때가 더 확실합니다. 자기학습을 하는 제품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겠죠.
한가지 더...엔진룸의 온도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듯 합니다.
VID가 정밀한 전자장치이다보니 온도에 따른 특성변화가 심한 것 같더군요.
엔진룸의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는 여름에는 다소 성능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봄-가을이 가장 효과가 좋은 듯하고요. 본래 엔진의 특성이 그렇기는
하지만...
성능곡선의 경우 실제 효과가 있는 대역이 3000~5000rpm 사이여서 시내에서
2000~3000rpm 사이에서 조용히 운전할 때는 느낌이 떨어집니다.
홈페이지의 테스트 자료를 보면 4000rpm 이상일 때 토크가 더욱 증가하는
그래프를 볼 수 있는데 실제로 시내운전에서 4000rpm 이상을 쓸 경우는 드물죠.
이밖에 튜닝차량에 대한 연구도 더 필요한 듯 합니다.
흡배기를 변경하면 흡배기 압력이나 양에서 차이가 발생합니다.
특히 ECU를 튜닝하면 점화시기 마저도 바뀝니다.
또 플러그의 소재와 형상, 고압케이블의 저항치 등도 바뀌게 되니
튠업프로젝트를 만들 때는 이같은 상황이 면밀히 반영이 됐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