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어느 날은 그냥 그 길따라 걷고 싶어진다.
가지 않으면 않될것 같은 그 길을 따라
점점 하얗게 멀어져갈 것만 같은
그 길을 따라
한동안은 손붙잡고 둘이 걸었다
이제는 혼자라도 걸어야 할 것 같아
마음이 급해진다
기억 저 편으로 그 한 장면 장면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갑작스러운 조바심은 웬일 이었을까?
그냥 혼자라도 걷고 싶다.
혼자 걷다보면 아스라히 사라질듯한
그 따스한 손길이 미끌리듯 내 손에 스며들어
꼬옥 꼭 잡이줄것만 같아 그 길따라 걸어야한다
가는 길에 손길을 만나지 못한다 해도 걷고싶다.
그 길에 새겼던 수많은 숨결, 주변의 가을을 머금은
나뭇잎이며 하늘 그리고 졸졸 소리를 내며 흐르던
골짜기 맑은 시냇물에도
같이 담았던 손길의 온기가 남아 있을것 같다
이따금 온통 산천을 수놓았던 낙옆에는 한자 한자 씌여진 흘러간 약속,
꼭꼭을 몇번이고 되세이며 걸었던 새끼 손가락에 엄지 도장,
꿈결 숨소리, 얼룩진 눈물 자욱의 번진 글씨 - - - -
어느 날은 그냥 그 길따라 걷고 싶다
가지 않으면 않될것 같은 그 길을 따라.
사진작가: 김 성수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