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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422

[이현은] 파종일기

조회 수 1517 추천 수 43 2003.08.06 17:3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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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종일기


말은 안 했어도 그것은 약속이었다
너를 거둘 때까지
땀 흘려주겠다는

그리고 기쁨이었다
어느 날 마주할
존재에 대한 믿음으로

씨앗들은 숨죽인 채
이랑마다 정렬하여
성스러운 예식을 치루었느니

낮은 곳으로 낮은 곳을 엎디어
기꺼이 자신을 버리겠노라
침묵으로 맹세한 거룩한 서원

맨발로 무릎 꿇어 흙에 입맞추고
고대하느니, 고대하느니
단비여 오너라

앞으로도 먼 날
목이 타는구나
내 목이 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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