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바람 속에
차갑고도 따뜻한 봄눈이 좋아
3월의 눈꽃 속에 정토로 떠나신 스님
‘ 난 성미가 급한 편이야’ 하시더니
꽃피는 것도 보지 않고 서둘러 가셨네요
마지막으로 누우실 조그만 집도 마다하시고
스님의 혼이 담긴 책들까지 절판을 하시라며
아직 보내 드릴 준비가 덜 된 우리 곁을
냉정하게 떠나가신 야속한 스님
탐욕으로 가득 찬 세상을 정화시키려
활활 타는 불길 속으로 들어가셨나요
이기심으로 가득 찬 중생들을 깨우치시고자
타고 타서 한 줌의 재가 되신 것인가요
스님의 당부처럼 스님을 못 놓아 드리는
쓰라린 그리움을 어찌할까요
타지 않는 깊은 슬픔 어찌할까요
많이 사랑한 이별의 슬픔이 낳아준 눈물은
갈수록 말고 영롱한 사리가 되고
스님을 향한 사람들의 존경은 환희심 가득한
자비의 선행으로 더 넓게 이어질 것입니다
종파를 초월한 끝없는 기도는 연꽃으로 피어나고
하늘까지 닿는 평화의 탑이 될 것입니다
하얀 연기 속에 침묵으로 잔기침하시는 스님
소나무 같으신 삶과 지혜의 가르침들 고맙습니다
청정한 삶 가꾸라고 우리를 재촉하시며
3월의 바람 속에 길 떠나신 스님, 안녕히 가십시오
언제라도 3월의 바람으로 다시 오십시오, 우리에게
< 이해인 수녀의 법정스님 추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