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 램
오늘이 시작 됬다.
햇빛이 방문 틈새로, 엉망으로 어지러워진 쪽방을 엿본다.
이 쪽방까지 찾아와준 햇빛이 더없이 반갑고 고맙다.
언제 물을 주었는지 모를 사랑초의 가녀린 잎이 파르르 떨며, 살아 있음을 응대한다.
이대로 눈이 감기기만을 오늘도 실패 했다.
물론 어제도 실패했다.
언제부터인지 거듭된 실패에서 빠져나오고 싶었지만 쪽도 팔리고 자신에게 챙피했다.
그러는 사이에 엉망이 되어가는 방 구석만큼, 내 몰골도 형언하기조차 비참하게 되었다.
번번히 핑개를 생각했으나 돌파구거리가 좀처럼 없었다.
오늘에야 찾았다.
물도 없이 말라가던 사랑초 잎이 문 틈새 햇빛을 향해 파르르 떨고 있다는 애처러움이
문득 나의 젖은 눈가에 빛을 주었다.
아! 사랑초가 불쌍하다.
사랑초가 이대로 죽는다면 내 주검에 가래 침을 뱉을 사람이
곱절은 늘어날 것이다.
그래서 사랑초에 물주려면 살아야 한다.
사랑초야! 햇빛을 향해 고개를 돌려라.
딱딱히 굳어진 화분 흙이 손톱으로 긁어도 긁히지 않는다.
물을 줄테니 햇빛을 반기며 미소져어보라.
아니, 가냘프지만 강인한 너의 삶을 꽃피워다오!
너에게 한모금 물주려면 살아야 한다.
오! 내가 매일 아침 눈을 뜰 수 있게해준 햇빛! 사랑초!
그리고 촉촉히 사랑초 잎을 적셔 줄 몇 모금의 물!
하나,하나, 귀하디,귀한 오늘이 영원하기만을 기도하는 바램으로 다시 기운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