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과 바다
산과 가을은 그저 눈만 감아도 아련히 불타고 있다.
바다와 가을은 눈을 뜨고 애써 찾아도 점점 차가워지는 바다의 파도만이 부서질뿐- - - - -
그져 계면쩍고, 미안하고 , 아쉬웁고 - - - - -
몸둘바를 모르는 파도만이 더욱 찬바람을 흩뿌리며 부딪혀댄다.
바위도 참 난처하다.
그 심정을 아주 모른척 하자니 그렇고, 아는척 하자니 그렇고.
바다가 산처럼 옷 갈아입고 재롱도 부리고, 온갖 꽃색갈 단장에, 불타오르는
주홍, 노랑, 갈색, 연록, 빨강 - - - 요염을 떨 수도, 애교를 부릴 수도, 각종 열매로
선물을 마구 들이 댈 수도 없으니, 오 ! 이를 어쩔꼬?
알면서도 심퉁이 슬그머니 오르는 갯 바위는 그냥 들이대기만 바빠진
찬물 바다의 손짓을 연신 뿌리쳐 댄다
모르는배 아니니 기죽지 마라.
계절 바뀔때마다 미역, 토시, 김, 이름 모를 해초를
여간 끌어다 말리며 이쁜짓을 하지 않았느냐.
그리고 철기마다 해산물과 어패류를 좀 많이 실어 올렸느냐?
그 마음 알지만 가을산의 교태에 불연듯 심통이 낫을뿐이란다.
가을이 깊어 갈수록 나와 만나 고독 한가운데에서
무심한 삶의 아쉬움을 낚아 올릴수 있는
동련상면의 보이지않는 끈으로 계절을 낚는 동지가 아니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