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기다림이 없는 삶이 있을까?
길지 않다는 인생 길의 대부분을 기다림이 차지한 것 같다.
서성이고, 가슴 조이고, 애태우기를 - - - - -
그렇게 해서라도 스쳐지나는 모습이라도
볼 수 있다면 하는 바램을 떨칠 수 없었기에
기다려보건만 이제는 몸도 마음도 지쳐가는
현실에 소스라친다.
이따금 무엇을 기다리는가? 되물어 보지만
딱히 답하기에는 너무 긴 세월이 흘렀다.
한때는 사랑을 기다리며 목을 매었다.
어느때는 분노에 쌓여 목을 내놓고
노기를 고추세우며 기다렸다.
그러던 어느날부터는 삶이 허무함을 알았기에
자신을 발견하려 기다렸다.
이제는 기다림이 일상이 되어 허공을 기다린다.
허공에는 아련히 스쳐간 아름다움도,
가슴저리던 연민도,
그리고 영원히 가슴에 묻고만 환상의 세계도
기다릴 필요 없이 펼쳐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