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오솔길
눈이 내립니다.
겨울을 실감시키는 눈발에는
할 말도 많습니다.
바둑이처럼
뛰어다닌던 시절에서
어느덧 옷깃을 여민채
깊숙히 시린 손을 주머니에 넣고는
발자국을 남기며
눈 내리는 오솔길을 걸어갑니다.
내리는 눈발에 고개를 숙인채
모처럼 겸손한 태도로 걸음걸이를 옴깁니다.
도시의 모퉁이를 서성이는 오늘을 살아가는 군중 속에
오히려 고독을 감추기에 눈발이 어울립니다.
내리는 눈발은 할 말 많았던 가슴속까지
하얗게 하얗게 덮어줍니다.
촬영 : 김 용미 작가